처서가 지나고 일주일 넘게 흘렀습니다. 한낮 볕은 여전히 따갑지만 아침저녁 공기는 확실히 달라졌죠. 단풍이 물들기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고, 그렇다고 한여름처럼 무작정 그늘만 찾기엔 애매한 시기인데요.
이럴 때 의외로 잘 맞는 여행지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입니다. 잎은 아직 짙은 초록을 유지하면서, 나무가 만든 터널 그늘 덕분에 걷기는 여름보다 훨씬 쾌적해지거든요. 전국에 흩어진 메타세쿼이아길 중 규모와 접근성, 특징이 각각 다른 다섯 곳을 지자체 관광 자료와 공식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 다섯 곳 중 가장 오래되고 넓은 원조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서 금성면 원율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옛 24번 국도 구간, 약 5km에 걸쳐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습니다. 담양군청 자료에 따르면 1972년 5년생 묘목 1,300주를 심으면서 조성이 시작됐고, 반세기 넘게 자란 나무들이 지금은 서로 수관이 맞닿아 완전한 터널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해요.
200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근처에는 대나무 숲길로 유명한 죽녹원, 영산강 지류를 따라 느티나무가 늘어선 관방제림도 있어서 하루 코스로 묶기 좋습니다. 다만 성수기 주말엔 도로가 정체된다는 후기가 있으니, 오전 일찍 움직이는 편이 낫겠습니다.
순창 메타세쿼이아길 — 강천산과 함께 도는 3.6km 지방도
전북 순창군 팔덕면 구룡리, 지방도 792호선을 따라 3.6km 구간에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져 있습니다. 순창군청 관광 안내에 따르면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순창농고 학생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가꿔온 길로, 지금은 '순창10경' 중 하나로 소개됩니다.
담양보다 규모는 작지만 강천산군립공원 입구와 이어져 있어서, 계곡 산책과 함께 묶어 다녀오기 좋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학생들이 심은 나무라는 배경 때문인지 마을 안내판에도 그 사연이 자세히 적혀 있다고 하네요.
곡성 메타세쿼이아길 — 영화 촬영지이자 섬진강 가는 길목
전남 곡성군 곡성읍 진입로, 17번 국도변에 조성된 약 800m 구간입니다. 담양이나 순창에 비하면 짧은 편이지만, 곡성군 문화관광 자료에서는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못지않은 풍경"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에서 주인공이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을 이 길에서 촬영했다는 사실도 꽤 알려져 있습니다. 국도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섬진강기차마을과 이어지기 때문에, 짧게 스쳐 지나가듯 들르기보다는 섬진강 드라이브 코스의 일부로 계획하는 편이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나주 전남산림자원연구소 — 무료입장에 여름엔 보랏빛 맥문동까지
전남 나주시에 있는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는 약 48ha 규모 부지에 메타세쿼이아길, 향나무길 등 여러 산책로를 조성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산림 연구기관이 관리하는 만큼 나무 상태가 비교적 균일하게 관리된다는 게 다른 곳과의 차이점이에요.
특히 늦여름에는 메타세쿼이아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꽃이 함께 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록 나무 기둥과 보라색 지피식물이 겹쳐 보이는 사진이 SNS에서도 종종 소개되더라고요.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는 점도 부담 없이 들르기 좋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숲길 — 접근성은 낮아도 사계절 인기인 이유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속한 남이섬, 이른바 '나미나라공화국' 안에도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별도 입장권(입도권)도 필요해서 접근성만 보면 앞의 네 곳보다 확실히 번거롭습니다.
그런데도 사계절 내내 방문객이 몰리는 건 섬 전체가 잘 가꿔진 정원처럼 관리되고, 메타세쿼이아 숲길 자체가 사진 명소로 워낙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전거 대여도 가능해서, 걷기보다 페달을 밟으며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겠죠. 다만 입장 마감 시간이 있으니 배 시간표는 미리 확인해두시길 바랍니다.
늦여름에 메타세쿼이아길 가기 전 체크리스트
- 시간대 — 한낮보다 아침·저녁 시간이 나무 그늘과 겹쳐 훨씬 선선합니다.
- 주차·입장료 — 담양·순창·곡성·나주는 대부분 무료 개방이지만, 남이섬은 입장권 구매와 배편 예약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 벌레 기피제 — 늦여름은 모기와 벌레가 많은 시기라 야외 산책로에는 기피제를 챙기는 게 안전합니다.
- 자전거 대여 여부 — 남이섬처럼 넓은 곳은 도보보다 자전거가 편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 사진 촬영 — 도로변에 조성된 곳(담양·곡성)은 차량 통행이 있으니 인도나 갓길에서 안전하게 촬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다섯 곳 모두 같은 나무지만 분위기는 제각각입니다. 규모로는 담양, 사연으로는 순창, 접근성 좋은 짧은 코스로는 곡성, 부담 없는 무료 산책로로는 나주, 사계절 완성도로는 남이섬이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를 고르든 단풍이 들기 전 이 짙은 초록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 일정을 너무 미루지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여름 끝자락에 갈 만한 다른 여행지가 궁금하다면 국내여행지 추천 TOP7,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가볼 만한 곳 글도 참고할 만합니다. 전라남도 권역을 더 넓게 돌아보고 싶다면 전남 여행지 추천 6곳 글에 담양·나주 인근 코스가 함께 정리돼 있으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출처
- 담양군청 공식 홈페이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소개 자료 — damyang.go.kr
- 순창군청 관광 홈페이지, "순창10경 – 메타세쿼이아 길" — sunchang.go.kr
- 곡성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메타세쿼이아길" 관광명소 소개 — gokseong.go.kr
-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 jnforest.jeonnam.go.kr
-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 공식 홈페이지 — namisum.com
- 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담양·순창 메타세쿼이아길 관련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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